영덕후

"영업 사원은 당구도 칠 줄 알아야 해!"
개인 강습 알아보라고 사장님이 명령하셨다.


나와 사장님. 이렇게 같이 배우자고 하신다.

싫었다.

하지만 알아봤야 했다.

법인카드 처리되는 당구장.
우리가 스케줄 되는 날.
안양, 일요일밖에 없었는데.
안 될 거 같다고 말했다.

"일요일? 일요일에 배우면 되잖아."

어이가 없었다.
"주말엔 저도 좀 쉬어야죠."

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.
비아냥거리면서 말씀하신다.


"아이구.... 니 맘대로 하세요."

늦었지만 한 말씀드릴께요.


일요일은 원래 내 맘대로 하는 날이야.
주말까지 니 얼굴 보기 싫었어...

 

지금부터 하는 말 잘 들어주세요. 중요한 얘깁니다.

"사장님은 누굴 뽑아도 저 같은 직원 만나실 겁니다."


왜냐고요?

 

솔직히 저만 사장님 만만하게 본 거 아니었잖아요?

회의 시간에 대드는 직원들에게

찍 소리도 못 하고 있던 사장님 모습.

눈에 선해요.

그들도 처음에는 정상이었겠죠.

사장님이 그들을 변화시킨 겁니다.

사람은 잘 안 변한다는데...

대단하세요.

 

 

일 하면서 확인 안 하시잖아요?

누굴 뽑더라도 안 해요. 

사장이 안 하는데.

밑에 사람이 할리 없잖아요?

윗물이 더러운데,

아랫물이 깨끗하길 바란다?

대단하세요.

 

 

언젠가 그러셨죠.

난 사장이라서 괜찮지 않냐고?

그럼 저희는 직원이라서 괜찮게요?

회사 망하든지 말든지. 상관없잖아요?

일은 대충대충 하는 거죠. 뭐.

그쵸? 저흰 직원이라서 괜찮아요.

 

..... 정말 대단하세요!

축하드립니다. 평생 저 같은 직원만 계속 만나실 거예요.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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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장님이 저라면 뭐 물어보는 직원한테 "그딴 걸 왜 물어보냐고?" 윽박지르고, 주말이건 공휴일이건 일 하라고 시키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 하겠어요?

 

 

.... 말했었어야 했다. 전 직장에서.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.

 

 

 

 

사진출처 - PxHere

 

 

2017년 중소기업에 입사했었다. 통신비 지원, 독서비 지원, 4대 보험 등등. 조건도 괜찮았다. 건물이 후지다는 건 마음 걸렸지만. 그 당시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.

 

누구나 그렇듯. 회사 안 좋은 점. 나중에 알게 된다. 심각한 문제는 사장이었다. 아는 게 없었다. 창업 처음이란다. 확인 자체를 안 한다? 귀찮아서.... 오죽했으면 거래처 사람들도 한마디 했다. "너네 사장 왜 그렇게 귀찮아해? 일할 마음은 있데?" 말만 사장이지. 직원 마인드였다.

 

초반 1년 동안, 제일 많이 들은 말이 하나 있다. "넌 왜 그런 걸 묻니? 니 맘대로 해!" 이 말 더럽게 많이 들었다. 일 물어보는 직원에게 저딴식으로 말한다? 나중에는 헷갈렸다. "이 회사, 진짜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건가?" 각목으로 후려치는 상상. 머릿속으로 많이 했었지...


나중에 알았다. 사장 본인이 일에 대해서 모르니까. 모른다고 말 하기 창피했던 것이다. 그것을 숨기기 위해 화낸다? 이런 사람 꽤 많다. 

 

덕분에 일 모르는 상태로 일한 적? 한두 번도 아니었다. 당연히 나중에 사건, 사고도 많았다. 내 잘못도 있었고, 사장 잘못도 있었다. 정보공유라는 건 개똥으로 아는 우리 사장님! 탓도 많이 했었지... 과민성 대장형 증상도 그때 생겼다. 일보다는 사람때문에 힘들다. 이 말 뼈저리게 느꼈었지...


완벽한 사람은 물론 없다. 사장도 완벽하지는 않다. 나도 좋은 직원은 아니었고... 사람들 많은 곳에서 일부러 사장한테 개겼다. 사장이라고 봐주는 것? 없었다. 어느 순간부터! 직원이라는 것도 잊었었다. 어느 새 대드는 성격이 되었다.

 

어쩔 때 보면 사장? 불쌍하기는 했다. 안쓰러웠다. 사장이라서 다가오는 직원? 한 명도 없었다. 회식 때 옆자리 안 앉으려고 노력했었지. 술 마실 때, 분위기 띄우려는 사람? 사장 한 명뿐이었다. 아주 신났다. 춤만 안 췄다 뿐이지. 혼자 별의별 쌩쇼를 다 한다.... 왜 지금 그게 생각날까?


강원국 작가님도 직장 생활했을 때 힘들었단다. 고민도 많았었는데. 상사가 틀리거나 내가 모자란 것이 아니다. 다른 거다. 다르다는 것은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. 나중에 저 사람처럼은 안 돼야지!라는 것도 배울 수 있다. 간이며 쓸개며 다 빼놓고 하는 것이 직장생활이라고... 대기업 CEO도 그렇게 산다고.... 원래 그런 거라고. 그런가? 내가 잘못한 건가? 헷갈린다.

 

사장님! 너한테 배울 것이 있었을까요? 적어도 거래처 아들 생일까지 챙기는 모습은. 기억에 남네요. 그 치밀함. 영업력..... 그것밖에 기억 안 나네요. 죄송합니다. 제 기억에는?.... 그냥 전체적으로 무능하십니다.

이렇게 글쓰기 소재라도 되어주시니.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요?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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